[칼럼]재활 승마를 통한 세상의 작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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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활 승마를 하는 Horseman이다. 재활 승마를 하면서 장애인들의 긍정적인 신체, 정신적 변화를 목격하기는 여러 번이지만, 과학적ㆍ의학적 증명은 할 수 없다. 나는 의사가 아니다. 그저 내가 관찰한 바를 정리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자괴감을 느낀다.

가. 말을 무서워하고, 배타적이어서 15미터 밖에서 배회하던 아동이 10분후에 말을 만지고 친밀감을 표시. 말에 올리자 울음을 터뜨렸으나 1분도 안 되 활짝 웃으며 마음을 열고, 다음 주부터는 당근을 챙기며 마필에 대한 애정을 나타냄.

나. 말에서 뛰어내리는 등 위험에 대한 감지 능력이 없던 아동이 안장 손잡이를 잡고 균형을 잡으려 애쓰다가 결국 보조자 없이 혼자 말을 타게 됨.

다. 재활 승마 보조자들에게 침을 뱉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며 난동을 피우던 아이가 3회 차 재활 승마 교육 시부터는 보조자들에게 친근감 표시. 사회성 회복 단계를 보임.

라. 평소 운동 부족으로 장 발달이 늦어 변비가 심하던 아동이 변비가 사라지는 현상. 승마 운동 후 식욕 증가, 신체 발달 원활, 잦은 배탈 등으로 보채던 현상이 사라짐.

마. 운동을 많이 하지 못하는 장애 아동들은 대개 골반과 방광 등의 발달이 늦어 야뇨, 빈뇨 등의 현상이 심했으나 재활 승마 후 현저히 증상이 줄어듦.

바. 좌편향이 심한 아동이 두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됨. 승마 운동을 통해 근육 운동 및 기울어짐에 대한 기준이 생겨난 것.

사. 말에 올라 탄 장애 아동들은 양 다리를 말에 꼭 붙이고 중심을 잡으려고 애씀. 종아리와 안장 사이에 손을 넣어보면, 손이 안 들어 갈 정도로 힘을 주고 있음. 이를 통해 양 다리의 대근육이 발달. 또한 균형 감각이 현저히 좋아짐.

아.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심해 왕따를 당하던 아동이 말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고 주변 아동들에게 말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줌. 곧이어 말을 잘 타게 되고 말박사로 인기 아동이 됨. 4학년 때 왕따가 6학 년 때 반장이 됨.

자. 입을 굳게 닫고 마음을 열지 않던 아동이 말에게 적극적인 애정을 표시하고 말에 관해 봉사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눔. 재활 승마 후에는 미소를 자주 띠고, 주변 아동들에게도 말을 통해 마음을 열게 됨. 점차 언어능력과 사회성을 회복.

차. 신체적ㆍ육체적 장애 아동들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밤에 잠을 깨는 경우가 많은데, 재활 승마를 한 날은 성취감과 피로감으로 숙면을 하여, 다음날 아침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경우가 속출.

위와 같은 내용을 정리하여 장애인 재활 봉사단의 게시판에 올렸더니,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가. 습관적으로 가졌던 토요일 술자리 약속을 회피함.
 나. 그 전보다 집안 살림을 잘 꾸림.
 다. 장애인들을 마주치면 먼저 다가가서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김.
 라. 지나가다가 말(马)을 보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음.
 마. 한참 부족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자주 갖게 됨.
 바. 옷을 사러 갔을 때 P매장을 가장 먼저 찾음.
 사.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전보다 커짐.
 아. 자동차 실내 세차 빈도가 커짐(승마장에서 흙먼지가 자주 끼이므로).
 자. 보람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짐.
 차. 부모님께 연락을 자주 하게 됨.

재활 승마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봉사자들의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다. 콘크리트 도로변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처럼, 작지만 환하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젠 뜻있는 의료진이 재활 승마의 의학적인 검증을 통해 그 효과를 정량적ㆍ과학적으로 증명해 주길 고대한다. 씨앗은 심어졌으나, 꽃밭을 이루려는 뜻있는 손길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