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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선생이 아닌 스승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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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선생이 아닌 스승 되기

http://www.newsis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47949

아침부터 마분을 치우다가 느티나무 아래 차가운 공기를 맡으며 잠시 쉰다. 포도송이를 놓고 커피 한잔 마신다. 마른 낙엽이 커피 잔으로 날아든다. 가을이다. 잘 익은 ‘한 접시의 가을’이 내 앞에 놓여 있다.

승마를 지도하다보니 부족한 사람이지만 사제관계가 생긴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말고는 내게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하지 못하게 한다. 내가 선생으로 전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라는 무거운 직함을 받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느낀다. 그저 기마대장의 ‘대장님’이라는 호칭이 부르기도 받아들이기에도 거부감이 없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해프닝도 생긴다.

택시에서 내게 전화를 걸었던 여대생이 "대장님" 어쩌고 하니, 택시기사가 “여군이세요?”라고 묻더란다. 요즘은 군인을 대상으로 승마교육을 하다 보니 장교들인 교육생들이 “대장님” 한다. 이거 참, 역시 좌불안석이다.

나는 최대한 효율적인 승마교육이 되도록 노력한다. 기존의 승마교육 틀을 깨고, ‘개인의 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만 개인이 목표하는 이상으로 승마교육의 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 아무도 일반 승마교육에서 장애물 점핑을 지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아예 내 교육과정에 장애물 점핑을 넣어 교육생들의 실력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수강생들의 호오가 분명히 갈린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성취에 스스로 놀라며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수강생이 있는가 하면 ‘이런 건 내가 기대하던 여유로운 승마가 아니고 너무 지독한 훈련’이라며 포기하는 수강생도 있다.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무료 승마교육도 많이 한다. 그러면 대개는 이 승마교육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그러니 무성의하게 수강하는 태도를 보인다. 입에 올리기는 싫지만 돈으로 환산해 설명해 준다. 무료수강생들의 태도는 ‘우와, 굉장히 비싼 교육이네. 하지만 설마’라는 표정이다. 15년을 지도했으니 입꼬리만 봐도 짐작한다.

시간이 흐른다. 수강생들과 관계는 좋았다 나빴다,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몇몇 수강생들은 태도가 반듯해진다. 수강생 개인이 승마의 즐거움과 가치를 깨닫기도 하지만, 여기저기 승마장에 전화를 걸어 교육비 등을 확인해 보고는 놀라는 것이다. 무료든 소정의 수강료를 내든 어쨌든 본인들 부담보다 몇 배나 더 가치 있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성인들은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이해하고, 승마의 즐거움을 알아간다. 더불어 서로의 관계와 인격도 익어간다.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대장님은 선생이 아니라 스승이네요.”

고마운 말씀이지만 이 역시 부담이 엄청난 말씀이다. 늘 걱정은 초중고 학생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선택하여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방법이 없다. 학부모가 이들의 미래를 보고 함께 고민하고 소질을 개발해주고 자랑스러운 경력을 쌓아 줘야 한다. 그러나 이상할 정도로 무관심한 분들이 많다.

기초 승마 비용으로 자녀들에게 장애물 교육까지 시킨다. 다들 상상도 못한 일이라서 감탄한다. 승마를 배운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아이들이 말과 함께 창공을 난다. 특별한 소질이 나타난 것이다. 나는 이들이 대회에서 입상할 가능성을 본다. 그리고 자신의 스포츠 종목 이력에 ‘승마’를 특기로 넣을 수 있게 됐음을 간파한다. 그러나 이들을 대회에 출전시키거나 더 높은 실력으로 고양시키기에는 돈이 필요하다. 여기서 갈등이 시작된다.

나는 부모님들에게 조심스럽게 아이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돈 걱정 때문인지 아이의 다음 단계에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무슨 말이든 지도자인 나와 의논을 해야지 최소 비용이든 뭐든 아이의 소질 개발에 대해 대화가 될 것 아닌가. 그렇다고 비용 들어가는 일을 내가 먼저 말하기도 좀 그렇다. 나는 침묵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다.

가을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했다. 그러나 경기에 나가거나 승마의 길을 나서야 할 아이들의 소중한 노력과 재능은, 이대로 덜 익은 감처럼 헛되이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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